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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I/Input Technique

애플TV 4세대 리모컨의 UI측면에서의 고찰

TV의 리모컨UI에 대해

2015년 9월 9일 한국 시간 새벽 2시 경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 외 아이폰 6S와 애플TV 4세대를 공개하였다. 대부분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스티브잡스의 발언을 뒤짚은 애플펜슬과 함께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와 3D터치가 적용된 아이폰6S였다. 물론 많은 애플매니아들은 애플TV에 대해서도 열광하였으나 필자는 앱위주의 생태계를 품은 애플TV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은 변화된 리모트 컨트롤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더불어 애플뿐만이 아닌 삼성, LG, Sony등과 같은 전통적 소비자 가전의 강자들이 TV에서의 어떤 리모트 컨트롤방식을 선택하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User Interface(이하 UI)측면에서 비교해보고자 한다.

TV는 일반 PC(맥 포함)와는 다르게 공용의 스크린(public screen)을 가진 기기로 가정에서의 배치 역시 공부방이나 아이들 방 보다는 거실에 주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PC의 생산성을 위한 목적과는 다르게 TV의 목적은 컨텐트의 시청에 있다. 이러한 기기의 목적은 다수의 사용자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TV가 물리적으로 사용자와 일정 거리 이상을 떨어지게 만들었고 이러한 물리적 거리감은 자연스럽게 원격조정기(remote controller 이하 리모컨)의 탄생을 야기하였다. 전통적 TV에서의 리모컨은 기기의 조작(manipulation)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TV에서 필요로하는 주된 기능의 원격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채널 변경, 볼륨조절을 기준으로 TV설정 변경등의 기능을 구비한 리모컨은 전혀 복잡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TV에서의 채널의 다변화는 사용자로 하여금 순차적 채널 변경이 아닌 한번에 다른 채널로 가는 조작을 리모컨에 숫자키패드와 같은 추가적 조작 버튼을 집어넣음으로써 가능하게 하였고 동시에 리모컨의 사용법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TV의 발전

OTT(Over-the-top)사업자들의 VOD서비스 확산과 IPTV의 개발은 TV를 더이상 전통적인 사용성에 머물게하지 않았다. 채널변경과 볼륨조정뿐만이 아니라 특정 메뉴에 접근하고 각 하위 메뉴들에서 특정 컨텐트를 검색, 선택, 결제 및 시청을 하게 하기위해 TV의 리모컨은 방향조작키부터 뒤로가기, 확인(enter)버튼 등과 같은 PC의 키보드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앞서말한대로 TV는 생산성에 목적을 둔 기기가 아니기때문에 복잡화되는 리모컨 디자인들은 오히려 사용자들의 사용성을 제한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전통적 TV생산업체들은 리모컨에 온갖 입력방식(input method)들을 적용시켜보기 시작한다.

기존 TV제조업체 리모컨UI의 한계

그림 1, 2, 3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일본의 Sony가 TV의 발전과정속에서 어떻게 리모컨을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세 회사 모두 1차적으로 기본 채널, 볼륨조작이 가능한 물리적버튼에 부가기능이 들어간 물리버튼들을 추가하는 것으로 리모컨을 디자인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버튼의 수가 일정이상으로 늘어나 오히려 사용자들의 사용성저해를 유발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PC의 키보드와 마우스의 기능을 하는 터치패드를 결합시켜보기도하고(그림1.(b), 그림3.(b)(d) 참고), 사용자의 제스쳐를 인식한 리모컨(그림1.(c), 그림2.참조)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림3.(d)는 소니가 구글의 AndoridTV플랫폼을 적용한 TV의 리모컨이다. 이 리모컨의 경우 여기서 언급되는 전통TV제조업체의 리모컨방식과 다른 AndoridTV의 리모컨UI를 사용하지만, 최신 소니 TV의 리모컨이라는 점과 제조사가 소니라는 점 그리고 변화하는 리모컨디자인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삽입하였다.)


그림1. 삼성전자의 TV리모컨 변천사



그림2. LG전자의 TV리모컨 변천사



그림3. Sony의 TV리모컨 변천사


위의 그림들을 통해서 필자는 전통적 소비자가전 제조업체들의 리모컨 UI가 가지는 한계점을 두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UI의 일관성(consistency)이다. 위의 그림들에서와 같이 과거TV에서부터 Smart TV까지 생산하던 제조업체들은 리모컨이없던 시대부터 모든 TV에 관련된 기술들을 최신 모델에 접목시켜왔기에 리모컨은 정말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때문에 UI가 지속적으로 기술에 따라 함께 변화하였고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기기조작방법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게 강제하였다. 필자도 어쩔수없는 부분이라는 것은 잘 알고있는 바이나 전통적 제조업체들은 IPTV가 출시되는 시점에서 (스마트TV가 나오기 이전) 사용자가 경험하게 될 UI에 대한 더 심도있는 고민을 했어야 생각한다. IPTV시점부터 지금까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TV리모컨에서의 가장 주된 사용 시나리오는 다름아닌 pointing task(이하 포인팅)이다. 웹 서핑을 할때도 VOD를 시청하고자 할때도 어플을 실행시키고자 할때도 모든 조작의 출발은 포인팅이다. 키패드 방식, 제스쳐방식, 터치패드 방식 등 일관적이지 못한 조작방식의 변화로 인해 사용자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TV를 같은 회사의 새로운 TV를 바꾼다하더라도 다시한번 새로운 조작법을 학습해야만 한다. 물론 TV는 스마트폰만큼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 이하 PLC)가 짧지 않다. 때문에 새로운 조작법을 학습하는 것이 어쩌다 한번이기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할 수 도 있으나 오히려 반대로 사용자가 오랜시간동안 사용하던 리모컨 조작방법을 새로운 조작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은 사용법학습에 더 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둘째로 전통적 TV제조업체들의 한계는 커서기반 포인팅 방식(cursor-based pointing)을 사용한다는데 있다. 앞서말한대로 IPTV이후 사용자들이 기존의 TV의 기본적 채널/볼륨조절 이외에 수행하는 과업은 포인팅이다. 필자에게 정말 신기한 것은 세계 TV시장 점유율의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와 같은 회사들이 모두 마우스와 같이 커서(Cursor)기반의 포인팅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12. 심지어 몇몇 제품에는 커서를 조작하기위해 터치패드도 아닌 제스쳐를 이용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들은 “커서”를 포기하지 못하고, 하물며 그 커서에 “제스쳐”까지 합쳐서 사용자들을 힘들게 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길이 없다. 커서기반의 포인팅 방식은 모두 알다시피 PC의 마우스에서 온 것이고 마우스의 포인팅방식을 UI분야에서는 간접조작방식(Indirect Control, 이하 IC)3이라고 한다. IC가 DC(Direct Control)방식보다 가지는 우위는 아이콘이나 다른 GUI요소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커서를 이용한 조작으로 보다 세밀한 작업들이 가능하다는 것과 입력평면과 실제 사용자의 신체가 조작을 위해 움직이는 평면이 다르기때문에 육체적 피로(physical fatigue)가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제스쳐를 이용한 조작방식(제스쳐를 이용한 조작방식은 DC에 해당한다)과 결합하는 것은 UI자체를 IC도 아니고 DC도 아닌 중간자적 위치에 포지셔닝하게 만들고 사용성또한 더욱 감소시킨다. TV의 환경은 PC와는 다르게 기기와 물리적으로 멀리떨어져있는데다 세밀한 생산성에 관련된 작업을 수행할 일이 없기에 굳이 커서방식을 사용하고 “Gorilla Arm Effect”4라고 불리우는 수직으로 배치된 스크린에 제스쳐로 조작을 하도록 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육체적 피로도를 가중시킨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TV를 사용해본 독자라면 아이콘하나를 클릭하기 위해 팔을 TV쪽으로 향해 얼마나 힘들게 조준을 해야하는지 알것이다.

애플TV 및 Android TV의 리모컨UI

이 섹션에서 필자는 애플TV와 Android TV의 리모컨UI가 가지는 강점을 이야기할 것인데 이때 거의 대부분의 논지는 애플TV의 UI를 위주로(두 업체가 선택한 UI의 방식은 큰 틀안에서는 같은 방식이라고 이야기할수 있기때문에) 전개하고자 한다.

“(중략) As it turns out with every revolutionary product that Apple has created, a breakthrough in user interface was required. (중략)”

위의 팀쿡(Tim Cook)의 2014년 9월 애플워치 키노트 영상에서의 말5(영상의 61분03초에 나옵니다.)처럼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때마다 항상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바로 UI이다. 애플TV 3세대에서부터 이미 4세대제품과 유사한 방식의 리모컨UI를 사용해오긴했으나 애플은 이번 애플TV의 출시로 한층더 사용성을 강화하였다. 애플은 앞선 제조업체들과는 다르게 비-커서방식의 UI를 적용시켰으며 그림4. 에서와 같이 기존의 클릭휠 리모컨(그림4. (a))에서 트랙패드를 적용시킴으로써(그림4. (b)) 사용자가 상하좌우 전방위적 조작을 더욱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그림4. 애플TV의 리모컨 변천사


HCI분야에서 입력과 조작을 위한 UI는 사용자의 의도(intention)가 지향하는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6으로 여겨진다. 여기서의 지향한다는 것은 프란츠 브렌타노(Franz Brentano)가 처음 제안한 철학적 개념으로 우리의 심상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지향한다는 방향성의 개념이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마우스의 커서를 이용해서 뭔가 클릭하고자 할때 사용자의 클릭하고자 하는 의도는 커서를 통해 표출되고 커서가 원하는 목표에 다다라 실제 클릭액션을 하고자 하는 심적 상태를 지향적 상태 혹은 심상의 지향성(intentionality)7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커서방식의 U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왜 사용자에게 유리하다고 필자가 말하는 것일까?
아래의 애플TV 4세대 소개영상을 보면 트랙패드를 적용시킨 리모컨으로 어떻게 애플TV를 조작하는 지 알 수 있다. 사용자가 트랙패드위에 올려두면 커서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열된 아이콘들이 선택된 채인것을 알 수 있다. 트랙패드위에서 손가락을 살살 문지르면 마치 아이콘을 직접 터치한채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애니메이션효과가 나타나고 사용자가 스와이프나 스크롤같은 터치제스쳐를 하면 아이콘자체의 선택이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원하는 아이콘이 선택되어있을때의 탭(Tap)동작은 입력동작으로 수행된다.



영상1. 애플TV 4세대소개8


위의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애플은 트랙패드를 이용하여 커서를 목표아이콘으로 옮긴후 타겟팅하는 포인팅방식이 아니라 아이콘자체의 선택을 터치제스쳐만을 이용하여 전방위적 조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애플TV의 리모컨UI는 커서모드 시 클릭하고자하는 타겟아이콘까지 커서를 옮기는데 걸리는 시간을 공식화한 Fitt’s Law9에 구애받지 않게끔 해준다. 작은 커서의 정렬보다 사용자의 터치제스쳐의 속도, 강도만을 이용한 방식은 상대적으로 커서보다 큰크기의 아이콘을 선택하는데 훨씬 유리한 것이다.
아래의 그림5.는 사용자의 기기를 사용할때의 포인팅의도가 실제 포인팅하고자하는 타겟아이콘까지 거치는 지향적 상태의 단계를 나타내고있다. 위쪽에 위치한 커서기반의 리모컨UI는 사용자의 “포인팅의도”를 “커서”를 통해 표출하며 “커서”는 “포인팅의도”의 메타포(metaphor)10로서 또다시 클릭하고자하는 “타겟아이콘”을 지향한다. 이렇게 커서는 두단계의 지향적 단계를 거치는 반면에 애플TV와 같은 아이콘기반 리모컨UI는 사용자의 “포인팅의도”가 “타겟아이콘”을 직접적으로 지향한다. 이러한 심상의 지향적단계의 축소는 물리적으로 걸리는 포인팅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이렇게 단축된 시간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쉽게 기기의 조작법을 배움과 동시에 육체적 피로도를 줄이게 해준다.


그림5. 리모컨UI에 따른 심상의 지향적 단계


즉, 애플TV 4세대의 리모컨UI는 커서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클릭휠방식의 리모컨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속성은 UI에 일관성을 부여하여 3세대의 사용자가 전혀 거부감없이 4세대TV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새로이 적용된 트랙패드을 이용한 앱-기반 포인팅방식은 사용자가 빠르고 육체적피로도가 적게 포인팅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기존 스마트TV 리모컨UI보다 사용자를 더 배려하였다. 위의 방식은 구글의 AndroidTV 플랫폼에도 거의 유사하게 적용되어있으며 장점들은 애플TV 와 거의 동일하다.
이번 포스팅은 필자가 우리나라 TV제조사들이 앞으로 UI측면에서는 좀 더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작성하였다. 애플TV가 다른 기업들보다 엄청난 것을 이루어낸것이 아니다. 다만 아주 사소한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제품자체의 경험을 다르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필자는 사실 앞서 언급된 애플TV의 UI는 아이팟이나 이전세대 애플TV들에서 기적용된 기술들이나 애플제품내의 비교보다 전통적 TV사들과의 비교가 차이점을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Android TV플랫폼의 UI까지 포함시키면 좋았겠지만 아직까지는 필자가 포스팅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한바를 독자들이 너그러이 이해해주면 좋겠다.


  1. https://www.youtube.com/watch?v=K7Gzsnlirfc
  2. http://www.lg.com/us/tv-audio-video-accessories/lg-AN-MR600-magic-remote
  3. 간접조작방식의 포인팅 기기들로 예를 들자면 트랙패드, 트랙볼, 조이스틱, 디지타이저태블릿(스크린없는 제품)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사용자가 손으로 조작을 하는 공간적 domain이 실제 입력이 행해지는 기기의 스크린 domain이 다르기 때문에 간접(indirect)조작방식으로 불리운다. 반대로 터치스크린이나 레이져포인터와 같은 포인팅방식들은 사용자가 손으로 조작하는 동작과 입력이 행해지는 스크린이 같은 공간적 평면위에서 이루어지므로 직접 조작 방식(direct control)이라고 불리운다 (Shneiderman, Ben, and Shneiderman Ben. Designing the user interface. Pearson Education India, 2003.)
  4. http://dictionary.reference.com/browse/gorilla-arm
  5. http://www.apple.com/live/2014-sept-event/
  6. https://en.wikipedia.org/wiki/Mental_representation
  7. https://en.wikipedia.org/wiki/Intentionality
  8. https://youtu.be/wGe66lSeSXg
  9. https://en.wikipedia.org/wiki/Fitts%27s_law
  10. https://en.wikipedia.org/wiki/Interface_metaphor